[독후감] 우리는 미국을 모른다 - '한반도 천동설'을 넘어 마주한 미국의 민낯

대한민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 뉴스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언급되는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저 역시 나름대로 미국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은 제 호기심을 자극했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는 머리를 세게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동안 '우물 안의 개구리'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펜타곤 출입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미국의 안보와 외교 전략은 우리가 알던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1. '한반도 천동설'에 갇힌 우리의 시각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개념은 바로 '한반도 천동설'입니다. 세상이 한국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이 착각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이후 한미 관계 전반에 깊게 깔려 있었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외교 전략은 세계가 오직 북한 문제에만 집중해주기를 촉구하는 데 머물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대(미국)가 원하는 반대급부에 대해서는 일말의 고민조차 없었죠. 우리는 경제 10위권, 군사력 5위권의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안보적 시각은 여전히 북한이라는 좁은 틀에 갇혀 있습니다. 북한이 최우선 경계 대상임은 분명하지만, 이제는 그 너머의 거대한 국제 정세를 바라보고 대응해야 할 때입니다.
2. 비용과 효율을 따지기 시작한 펜타곤
현재 미국의 국방 전략은 명확합니다. 중국과 러시아라는 거대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전 세계에 무분별하게 흩어져 있던 미군을 불러들여 재편과 재무장을 단행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핵심적인 문제는 역시 '돈'입니다. 막대한 국방비를 혼자 감당하기 벅차진 미국은 이제 동맹국들이 그 공백을 메꿔주기를 강력히 압박하고 있습니다. 전쟁과 안보에서 '기회비용'을 따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미국은 더 이상 홀로 대응하지 않겠다."
항상 미국이 앞장서고 동맹국들은 그 뒤에서 혜택만 누리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쏟아붓는데 정작 동맹국들이 뒷짐만 지고 있다면, 그 관계에 의문을 품는 것이 당연합니다.
3. 질문 없는 한국 언론, 현장을 점령한 일본
책은 한국 언론의 정보력 부재에 대해서도 뼈아픈 지적을 남깁니다. 워싱턴 D.C.라는 거대한 아고라에서 정책 당국자들은 자신들의 의제를 팔기 위해 직접 광장에 나옵니다. 질문 경쟁은 농구 코트 위의 몸싸움만큼이나 치열하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기자는 당국자에게 각인되고, 이는 곧 양질의 정보 확보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그 현장에 한국 기자의 자리는 비어 있고, 그 빈자리는 일본 기자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일본 기자들과 달리, 한국 언론은 미국발 외교 안보 뉴스를 여전히 북한 관련 이야기에만 편중시키고 있습니다. 심지어 현장 취재 없이 외신 기사를 그대로 베껴 쓰는 관행은 정보의 질을 더욱 떨어뜨립니다.
✍️ 마치며: 정신을 차려야 할 때
이 책을 읽으며 '듣기 좋은 정보'만 골라 듣고 싶어 하는 대중과, 현장이 아닌 데스크에서 편하게 일하려는 기자가 만나 국익을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미국이 무조건적으로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 믿어서는 안 됩니다. 미국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 냉철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이 책이 우리 국민과 기자들이 '한반도 천동설'이라는 우물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